트랑셰 나이프 (Tranchet)란 가죽공예에서 주로 쓰는 자루(손잡이 부분)가 없는 금속 칼을 의미한다.
나에게는 어쩌다 보니 3개의 트랑셰가 있게 되었는데, 모두 프랑스 산이다. ㅎ
오늘은 이 세가지의 트랑셰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ㅎㅎ 아름다운 자태의 트랑셰 삼총사들.

맨위의 것이 베르제 블랑샤르 트랑셰 15/10
중간 것이 베르제 블랑샤르 트랑셰 5mm + 푸로 (fourreau)
맨아래의 것이 내가 아끼는 이름 없는 프랑스산 나무 푸로와 트랑셰이다.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전에 한국 가죽공예인들 사이에 잘못 알려져 있는 몇가지를 정정해야겠다.
먼저 트랑셰 나이프 라는 이름.
베르제 블랑샤르를 수입상으로 제일 유명한 쌩빠(Sympa)에서도 트랑셰(Tranchet)를 '트랑셰 나이프'라고 한국어로 옮겨 놨다. 하지만 이는 틀린 것이다.
프랑스어로 Tranchet(트랑셰) 단어 자체가 맨 처음 말했듯, 손잡이 없는 가죽장인의 칼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말로도 '트랑셰'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다음 푸로라는 이름.
한국 가죽공예인 사이에서는 '푸로 나이프'라고도 불린다. 쌩빠에는 '푸로'라고 되어 있고 그 설명에 '황동 칼집과 푸로날'로 되어 있다고 써있다.
이또한 말이 안되는 말이다. Fourreau(푸로)라는 단어 자체가 '칼집'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사실 블랑샤르의 '푸로'라는 것은 저 황동재질의 칼집만 의미한다.
정확한 프랑스이름은 'Fourreau l'indispensable', 직역하면 '필수품! 칼집'? 정도 되겠다. 아마 가죽공예에 필수적인 것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저렇게 붙인 듯하다.
그럼 칼날은? 역시 트랑셰라고 불린다. 정확하게는 저 트랑셰는 오로지 저 푸로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므로 'Fourreau l'indispensable을 위한 5밀리짜리 트랑셰 (TRANCHET DE PEAUSSIER 5 MM POUR FOURREAU L' INDISPENSABL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 앞으로 확실히 알고 이 단어들을 사용하자.
트랑셰는 원래 손잡이 없이 금속 칼날만 있는 칼이므로, 보통 가죽을 돌돌 말아서 사용한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ㅎㅎㅎ
그래서 이처럼 '푸로'라는 칼집을 만들어서 끼워서 쓰기도 하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세 트랑세를 날을 꺼내서 찍은 비교샷이다.

맨위의 이름없는 나무푸로는 동그란 모양인데, 황동 커버를 꾹 눌러 씌워서 날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맨 아래의 블랑샤르 황동푸로는 두개의 나사를 돌려서 고정하는 방식이다.
가운데, 세개의 트량셰 차례대로 놓아 봤다.
내가 제일 아끼는 이름없는 트랑셰가 가장 짧지만, 폭은 중간 (길이 10.5cm, 폭 0.6cm)이고,
블랑샤르 트랑셰 15/10는 길이 14cm, 폭 1cm,
맨 아래의 랑디스팡사블 푸로 트랑셰는 길이 20cm, 폭 5cm이다.
세 트랑셰의 날 모양 비교샷.

블랑샤르의 트랑셰는 서로 폭이 다르므로 날각도가 좀 차이나게 연마되어 있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같다.
나무푸로의 트랑셰는 심플하게 연마되어 있다.

사진이 엉망이라 잘 안보이지만 날의 두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얇다.
트랑셰15/10 > 나무푸로 트랑셰 > 블랑샤르 푸로 트랑셰
판대편 측면 샷.

날을 짱짱하게 연마하면 좋겠지만, 그렇다면 당연 날이 잘 들기 때문에 적당히 사용하던 그대로 비교해 보았다.
세 트랑셰를 사용해 본 비교를 간단히 해보면...
블랑샤르 황동 푸로 트랑셰는 사실... 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황동이라 번쩍번쩍 광도 나고 예쁘다는 장점 이외에는 별 장점이 없다.
일단 날이 너무 얇아서 힘을 주면 휜다. 아, 폭이 좁아서 좁은 부분을 재단할 때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다른 두 트랑셰에 비해서 재단하기에 손힘이 제일 많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다. 잡는 방식이나 힘을 주는 방식이 개인차가 있으니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암튼 나는 제일 힘들었다.
블랑샤르 트랑셰 15/10
쏘쏘하다. 재단도 적당히 잘되고, 휴대도 간편하고 좋다. 가죽으로 말아서 칼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사실 제일 싸다.. 프랑스 블랑샤르 홈페이지에서 5.43유로 (7000원쯤)으로 나와 있다.
황동푸로와 트랑셰는 합해서 24유로쯤 (사실 트랑셰만은 3.5유로, 4500원쯤ㅋㅋ)
나무 푸로 트랑셰.
이건 사실 프랑스에서 중고로 구매한 것이다. 나중에 소개할 프랑스산 휠마커와 함께 세트로 구매했는데, 트랑셰는 한 4만원쯤 준것 같다.
칼날에는 메이커인지 아닌지 모를 'l'artisan pratique paris (빠리 실용 수공예)'라고 적혀 있는게 전부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같은 제품은 없으나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도구들이 있기도 하다. 암튼 메이커는 잘 모르겠다.(암튼 프랑스산)
근데 정말 좋다. 잘 잘린다. 칼날의 모양이 달라서 그런지 힘이 받는 위치가 다른 것 같다. 손쉽게 잘 재단되고 곡선도 잘 재단 된다.
단 단점은, 나무 푸로가 칼날을 확실하게 고정을 못해준다는 점.. ㅋ 안쪽에 나사를 하나 박든지 해서 칼날을 고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 겠다.
암튼 나의 트랑셰 3종 간단 비교 끗!